치이카와(먼작귀)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
치이카와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가장 쓰고 싶었던 주제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이었다. 치이카와를 이해하려면 치이카와(먼작귀)의 세계관을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치이카와의 팬들은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이 푹 빠져 굿즈를 많이 모으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왜 치이카와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걸까? 일본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건 광팬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캐릭터들의 귀여움뿐만은 아니다. 솔직히 귀여운 캐릭터들은 치이카와가 아니더라도 많다. 처음에 나는 눈에 별을 단 것처럼 하이라이트가 반짝거리는 먼작귀 캐릭터들이 살짝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의 귀여운 캐릭터들은 아무래도 눈이 점으로 표현되거나 심플한 편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만화를 읽은 다음에는 어느샌가 굿즈들을 잔뜩 가지고 있고 치이카와 캐릭터만 보면 눈길이 가는 팬으로 변해있었다. 치이카와 팬으로 양성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들의 귀여움, 개성뿐만 아니라 캐릭터에게 공감과 짠함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을 움직이는 주요한 요소는 치이카와의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치이카와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고 작고 귀엽기 때문에 그 세계가 평화롭고 동화 같을 거라고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사실은 이 세계관은 나름 빡센 편이다.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작은 아이들
치이카와 세계관에서는 그림과 같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작은 애들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저렇게 작은 사이즈이다. 메인 캐릭터들도 대부분 사이즈가 작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일을 해서 보수(돈)를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어딘가를 돌아다녀야 한다. 이 돈을 번다는 것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잡초를 뽑거나 사냥을 나가서 벌레를 잡아오거나 아니면 새벽 노동이라도 뛰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벌어 라멘 같은 맛있는 요리도 먹을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집도 못 산다. 마치 매일매일 회사로 출근하는 독자들처럼 열심히 산다.
그래서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그저 귀여울 뿐 항상 돈이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 자그마한 캐릭터가 꼬질꼬질해지거나 지쳐가면서 노력을 해야 한다.
치이카와, 하치와레(가르마), 우사기(토끼)의 집은 어딜까?
그렇다면 캐릭터들이 사는 집은 있을까?
우선 겁은 많지만 인생의 당첨운은 높은 치이카와는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되어 정상적인 집에 살고 있다. 다만 집만 있을 뿐 돈이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이글루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 매우 집값이 높아서 치이카와의 친구들이 하고 있는 일로는 평생 못 사는 것 같다.
다음은 친한 친구인 하치와레(가르마) 집을 보자.
일단 집이 아니다. 동굴이다. 동굴에 얇은 천 쪼가리 하나 매트 삼아 깔고 꼬질꼬질한 이불 덮고 잔다. 동굴 입구가 없어 가끔 커다란 벌레가 나타나서 잡아야 할 때도 있다.
우사기(토끼)는 아예 어디 사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토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므로 설정상으로도 토끼가 어디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돈 혹은 집이 없다고 울거나 우울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쇼핑을 신중하게 하거나 소중한 일에만 돈을 쓰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정당한 보수를 받았기에 작은 일에도 행복해한다. 정기적으로 "토벌"에 나가거나 더 큰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는 등 지금의 우리처럼 열심히 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운이 좋아 무언가에 당첨되었을 때 모두가 축하해 주는 것도 포인트.
스키야키세트 이벤트에 응모할 때 열심히 기도한 치이카와는 결국 당첨되었을 때 친구들과 기뻐하면서 스키야키를 나눠먹는다. 꼬질꼬질해진 치이카와의 모습으로부터 짠함과 귀여움이 느껴지는 것은 덤이다.
만화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가진 건 없지만 꼬물꼬물 열심히 일하여 받은 보수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작고 귀여운 애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잡초를 뽑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볼 때면 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터로 나가는 나 자신과도 닮아 있어 더욱 그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존재
치이카와 세계관에서 작고 귀여운 생명체 외에도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의 존재가 있다.
본체가 갑옷인지 모르겠으나 온몸이 갑옷으로 무장되어 있고 잇몸이 그대로 보이는 등 조금 무섭게 생겼다. 관리자 직급은 모두 갑옷을 입고 있으며 체구도 작은 아이들에 비해 몇 배나 크다. 보통 보수를 주거나 물건을 팔거나 라멘집을 운영하는 등 치이카와 친구들과는 다르게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다.
또한 관리자 직급은 작은 생명체와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룰이 있다.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친해지면 컨트롤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인지...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데 안 친하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포쉐트를 파는 갑옷씨(가방이나 잠옷을 파는 직업)는 몰래 파자마를 주문제작해서 치이카와와 친구들에게 입혀보거나 무상으로 준다. 하급 관리자는 굉장히 인간적인 편이다.
이렇듯 치이카와 세계관에서는 노동과 계급이 있고 이것을 충실하게 지키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먼작귀의 세계는 흔히 예상하는 동화 같은 캐릭터 세계가 아니다. 계급사회에서 가진 게 없고 힘없는 치이카와가 힘겹게 살아가면서 공감과 짠함을 자아내는 휴먼 스토리에 가깝다. 그래서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일상을 행복해할 때, 작은 행운에 마주쳤을 때 내 일처럼 좋아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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