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카와 세계에서는 작고 귀여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몸집이 큰 괴물들도 존재한다.
1편에서 소개한 갑옷씨들은 작은 친구들의 관리자이자 조력자이지만, 괴물들은 사실상 대립하는 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큰 친구들은 작은 친구들을 사냥하거나,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괴물들이라고 해도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동글동글하게 묘사되어 그다지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다.
불행하게도 사이즈가 작은 친구들은 돈 벌고 공부해야할 뿐만 아니라 가끔 크고 무서운 녀석들도 만날 수 있다.
큰 친구들이 작은 아이들은 먹는 에피소드는 "인어" 편에서 자세하게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가 장편으로 연재되었을 때 팬들 사이에서 잔인함으로 꽤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섬으로 놀러 간 치이카와 친구들이 거대한 인어와 마주치게 되고, 거대한 인어는 섬 마을 주민들을 납치하여 먹는 스토리였다. 치이카와의 모든 에피소드 중 가장 어두운 내용의 에피소드였으며 캐릭터가 총 출동하기 때문에 매우 다면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라이트 팬들의 경우 잔혹한 생테계 시스템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치이카와 세계에서 아래와 같이 잡아먹히는 듯한 묘사가 나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치이카와 세계에서는 '귀여움' 뿐만 아니라,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괴물에 대한 공포'가 존재한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더불어, 그 공포는 괴물과 대립해야하는 무서움뿐만 아니라, 자신이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또한 존재한다.
이 세계에서 작고 귀여운 주민들은 어떠한 이유로 인해 큰 괴물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 치이카와 친구들은 이 점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이 괴물로 변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다음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우사기가 리사이클샵에서 산 마법봉을 치이카와와 하치와레에게 보여준다. 그 마법봉은 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하치와레가 갖고 싶어하던 카메라도 뿅! 하고 나타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지팡이였다.
그러나 이 마법봉으로 만든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용도가 아닌, 사물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사악한 마법봉이었다.
그리고 사악하게도 마법봉을 사용한 친구들은 곧바로 괴물화가 진행되고 만다. 토끼는 온몸이 붉어지고, 가르마는 이마에 눈이 달린 천진반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몸이 커지고 마는 하치와레와 우사기.
치이카와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그 둘은, 도망치라고 말하면서 치이카와를 잡으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알 수 있듯 괴물화가 진행되면 작은 친구들이 저절로 먹잇감으로 인식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치이카와를 잡고 먹고 싶어 하는 본능이 강해진다.
놀란 치이카와는 곧바로 문제의 원인이었던 마법봉을 부러뜨리고, 그러자 하치와레와 우사기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와중에 마법봉을 뽀각내는 치이카와가 참 귀엽다. 참고로 이 뽀각내는 그림을 이용한 카카오 모션 이모티콘이 있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활용도가 꽤 높은 편이다.
"패러렐 월드(평행세계)" 편에서는 아예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스파이더맨 3에서 한 차원으로 모인 피터 파커들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멀티버스로 들어가서 만난 치이카와 친구들은 지금의 외양과 다르게 생긴 것이다.
귀여운 아이들의 머리에 가위가 달리거나 괴물 꼬리를 가지고 있는 평행 세계에 들어온 하치와레는 자신이 알던 세상과 다름에 충격을 받는다. 사실 만화를 보는 나도 충격을 받았다. 이야기의 참신함과 더불어 친구들의 외양 변화에 하치와레 못지않게 놀랐던 것이다. 더불어 나가노 작가의 스토리텔링 실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스토리 중간중간에 "괴물화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켜 치이카와의 어딘가 이상하고 잔혹한 부분을 끊임없이 드러내줬기 때문이다.
하치와레는 그곳에서 머리에 가위 달린 우사기와 귀가 하나인 치이카와와 나름대로 잘 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 또한 괴물화가 진행되고 만다.
뭔가 커지고 무서워진 하치와레는 친구들에게도 공격성이 드러나려는 찰나에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치이카와 세계에서는 괴물화에 대한 공포가 캐릭터들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어, 작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크고 무서운 존재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개된다. 언뜻 보기에는 다소 기이하고 비틀린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이야기를 신선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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